젖은 이불이나 작업복을 손으로 비틀어 짜려면 두 사람이 양끝을 붙잡아야 할 만큼 힘이 들었다. 천이 두꺼울수록 안쪽에 머금은 물은 쉽게 빠지지 않았고, 손목과 팔에는 빨래의 무게가 그대로 실렸다. 이때 빨래를 두 개의 롤러 사이에 끼우고 손잡이를 돌려 물을 짜내는 기구가 사용됐다.
겉모습은 단순했다. 위아래 또는 앞뒤로 맞물린 두 개의 원통형 롤러, 롤러를 돌리는 손잡이, 간격과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 기구를 빨래통에 고정하는 틀이 기본 구조였다. 사용자가 젖은 천의 끝을 롤러 사이에 대고 손잡이를 돌리면, 천은 반대편으로 천천히 빠져나왔다. 그 짧은 통로를 지나는 동안 물은 천 밖으로 밀려나 아래의 통이나 대야로 흘러내렸다.
이 기구는 빨래를 깨끗하게 만드는 세탁기가 아니라, 이미 씻고 헹군 천에서 물을 제거하는 압착식 탈수기였다. 오늘날 세탁기의 탈수통처럼 빠르게 회전하지 않았지만, 손으로 빨래를 비트는 노동을 손잡이의 회전과 두 롤러의 압력으로 바꾸었다.
손잡이 하나가 두 롤러를 함께 돌린 원리
수동 탈수기의 손잡이는 보통 한쪽 롤러의 축과 연결됐다. 손잡이를 돌리면 첫 번째 롤러가 회전하고, 옆의 톱니 장치가 맞물린 두 번째 롤러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두 롤러가 서로 마주 보며 안쪽으로 회전했기 때문에 천의 끝부분만 들어가도 나머지 빨래를 스스로 끌어당길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롤러가 단순히 돌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일정한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젖은 천이 좁은 틈을 지나가면 섬유 사이와 접힌 부분에 머물던 물이 압력을 받아 바깥으로 이동했다. 롤러는 빨래의 한 지점을 길게 누르는 대신 손잡이가 돌아가는 동안 천의 앞부분부터 뒷부분까지 연속해서 압착했다.
손잡이가 길수록 사용자는 비교적 적은 힘으로 롤러 축에 큰 회전력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빨래가 한꺼번에 들어가면 손잡이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이때 무리하게 힘을 주면 천이 비뚤어지거나 기어와 축에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사용자는 빨래를 고르게 펴서 조금씩 넣어야 했다.
롤러 간격은 왜 빨랫감마다 달라야 했을까?
많은 수동 탈수기에는 롤러 위쪽에 나사나 손잡이, 스프링을 이용한 압력 조절 장치가 있었다. 얇은 옷감은 롤러 사이가 너무 넓으면 물이 충분히 빠지지 않았고, 두꺼운 수건이나 담요는 틈이 지나치게 좁으면 들어가지 않거나 손잡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빨랫감의 두께에 맞춰 롤러 사이의 압력을 조정해야 했던 이유다.
숙련된 사용자는 손잡이에 전해지는 저항으로 상태를 판단했다. 너무 가볍게 돌아가면 압력이 부족한 것이고, 중간에서 자꾸 멈추면 빨래가 한쪽으로 뭉쳤거나 롤러 간격이 좁은 경우가 많았다. 두꺼운 천은 한 번에 완전히 짜려 하지 않고 압력을 조금 낮춰 통과시킨 뒤, 방향을 바꾸거나 다시 펴서 한 차례 더 넣는 편이 나았다.
단추나 금속 장식도 문제였다. 단단한 부분이 롤러 사이에 들어가면 롤러 표면에 자국이 생기거나 단추가 깨질 수 있었다. 주머니 속 물건을 비우고, 단추가 달린 부분과 접힌 솔기가 한곳에 겹치지 않도록 펴는 준비가 필요했다. 기계는 같은 압력을 가했지만, 천을 어떤 방향과 두께로 넣느냐에 따라 물 빠짐과 옷감 손상이 달라졌다.
물은 빠졌지만 안전한 기구는 아니었다
두 롤러가 천을 끌어당기는 지점은 손가락도 함께 끌어들일 수 있는 위험한 틈이었다. 사용자는 빨래 끝을 손으로 너무 깊이 밀어 넣지 않고, 롤러가 천을 물기 시작하면 손을 떼야 했다. 긴 소매나 머리카락이 회전축과 기어 가까이에 닿지 않도록 하는 주의도 필요했다.
특히 젖은 빨래는 무겁고 서로 달라붙어 있었다. 한 장만 넣었다고 생각해도 아래에 붙은 천이 함께 끌려가 갑자기 두께가 두꺼워질 수 있었다. 손잡이가 멈췄을 때 반대 방향으로 되돌리거나 압력을 풀 수 있는 구조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끼인 빨래를 빼고 사고를 줄이는 데 필요한 장치였다.
롤러 표면의 상태도 계속 살펴야 했다. 표면이 갈라지거나 단단하게 굳으면 압력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았고, 기름이나 때가 묻으면 막 헹군 옷에 얼룩이 남았다. 양쪽 롤러가 평행하지 않으면 한쪽은 물이 잘 빠지고 다른 쪽은 축축한 채로 나왔다. 사용자는 물 빠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손잡이의 저항, 롤러의 맞물림, 빠져나온 천의 젖은 정도를 함께 살펴야 했다.
손으로 비트는 것보다 편했지만 빨래는 저절로 끝나지 않았다
수동 탈수기는 팔과 손목으로 빨래 전체를 비트는 일을 크게 줄였다. 한 사람이 손잡이를 돌리는 동안 다른 사람이 빨래를 펴서 넣고, 반대편에서 나온 천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받아 주면 큰 빨랫감도 비교적 고르게 짤 수 있었다. 물이 덜 남은 빨래는 가벼워져 널기 쉬웠고, 마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세탁 노동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물을 데우고, 비누칠하고, 문지르고, 여러 번 헹군 다음에야 탈수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통에서 무거운 빨래를 건져 올려 기계로 옮기고, 엉킨 천을 펴고, 손잡이를 계속 돌리는 일도 사람의 몫이었다. 탈수기는 빨래 과정 가운데 마지막의 힘든 동작 하나를 기계로 바꾼 도구에 가까웠다.
미국 국립미국사박물관은 19세기 가정 세탁을 재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씻기, 헹구기, 짜기, 반복하기’라는 과정으로 소개한다. 영국 과학박물관그룹에는 손으로 작동하는 세탁기와 롤러식 탈수기가 결합된 1897년 제품이 소장돼 있다. 이는 세탁과 탈수가 오랫동안 서로 다른 단계였고, 빨래를 짜는 장치가 별도의 중요한 기계였음을 보여준다.
회전식 탈수기는 무엇을 바꾸었을까?
롤러식 탈수기는 두 원통 사이의 좁은 틈으로 빨래를 눌렀지만, 회전식 탈수기는 구멍이 뚫린 통을 빠르게 돌렸다. 통이 회전하면 옷감은 통의 벽을 따라 움직이고, 옷감에 붙잡히지 않은 물은 바깥쪽으로 밀려나 통의 구멍을 지나 배출된다. 빨래를 한 장씩 펴서 롤러에 넣지 않아도 여러 벌을 한꺼번에 탈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금성사가 1969년에 선보인 ‘백조세탁기’가 세탁과 탈수 용량 1.8kg의 제품으로 소개됐고, 1980년에는 전자동 세탁기가 등장했다. 세탁과 헹굼, 탈수가 한 기계 안에서 이어지면서 사용자가 젖은 빨래를 건져 롤러에 넣는 중간 작업도 점차 줄었다.
수동 빨래 탈수기가 사라진 변화는 단순히 손잡이가 전동 모터로 바뀐 일이 아니었다. 롤러식 기구에서는 사용자가 천의 두께를 보고 압력을 조절하고, 손잡이의 저항으로 끼임을 알아차려야 했다. 회전식 세탁기에서는 이런 판단의 상당 부분을 기계의 회전 속도와 균형 제어가 맡게 됐다.
오늘날에도 걸레나 수건을 짜는 일부 업소용 롤러 장치에는 같은 압착 원리가 남아 있다. 생활도구로서의 수동 탈수기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롤러가 재료를 끌어당기고 물을 밀어내는 방식은 다른 형태의 장치에서 계속 사용된다. 사라진 것은 물을 짜내는 원리가 아니라, 빨랫감의 두께와 손잡이의 무게를 사람이 직접 판단하던 세탁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