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얼음과 소금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과학적 비밀

한여름에도 얼음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큰 얼음덩이를 잘게 부수어 나무통에 가득 채웠다.

얼음 사이사이에는 굵은 소금을 뿌리고, 그 한가운데 우유와 설탕을 담은 금속통을 넣었다.

손잡이를 돌리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가볍게 움직이던 기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거워졌다.

통 가장자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고, 금속통 안의 달콤한 액체는 천천히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변했다.

전기도 냉동기도 없었지만 얼음과 소금, 그리고 사람의 꾸준한 손놀림만으로 여름날의 차가운 맛을 만들어 냈다.

냉동기가 없던 시절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재료를 차갑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우유와 크림, 설탕이 섞인 액체를 얼리면서 계속 저어 주어야 단단한 얼음덩어리가 아닌 부드러운 질감을 얻을 수 있다.

초기의 아이스크림은 얼음을 담은 그릇 안에 작은 금속 용기를 넣고 사람이 직접 저어 만드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릇 벽에 얼어붙은 내용물을 계속 긁어내야 했고, 전체가 고르게 얼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1843년 미국의 낸시 존슨은 손잡이를 돌리면 금속통 안의 교반날이 움직이는 수동 냉동 기구를 특허로 등록했다.

이후 구조가 조금씩 개량되면서 나무통과 금속통, 회전축, 교반날, 손잡이를 갖춘 수동 아이스크림 기계가 가정과 제과점에서 사용되었다.

나무통과 금속통으로 만든 구조

수동 아이스크림 기계의 바깥쪽에는 보온성이 좋은 나무통이 있었다.

나무통 안에는 아이스크림 재료를 담는 원통형 금속통이 들어갔고, 두 통 사이의 빈 공간에는 잘게 부순 얼음과 굵은 소금을 채웠다.

금속통 가운데에는 축과 연결된 교반날이 들어 있었다.

바깥의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가 회전력을 전달해 교반날이나 금속통을 움직였다.

기계에 따라 회전하는 부분은 달랐지만, 차가운 금속 벽에 재료를 계속 접촉시키고 얼어붙은 부분을 긁어낸다는 원리는 같았다.

이때 얼음과 소금은 아이스크림 재료에 직접 넣지 않았다.

바깥 나무통과 밀폐된 금속통 사이에만 채워 냉각재로 사용했다.

소금물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단맛을 망칠 뿐 아니라 위생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뚜껑과 금속통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했다.

얼음에 소금을 넣으면 왜 더 차가워질까

얼음은 보통 0℃ 부근에서 녹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음 표면의 물에 소금이 녹으면 소금물의 어는점이 0℃보다 낮아진다.

그 결과 주변의 얼음이 더 녹게 되는데, 얼음이 물로 변하려면 열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열을 금속통과 아이스크림 재료를 포함한 주변에서 가져간다.

그러면서 얼음과 소금이 섞인 소금물의 온도는 0℃ 아래로 내려가고, 금속통 안의 달콤한 혼합물을 얼릴 수 있을 만큼 차가워진다.

즉, 소금이 스스로 냉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소금이 얼음의 어는점을 낮추고,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이용한 영리한 냉각 원리였다.

손잡이를 돌리면 부드러워지는 이유

금속통의 벽면은 얼음과 소금에 가장 가까워 먼저 차가워졌다.

가만히 두면 벽에 닿은 혼합물만 두껍게 얼고 가운데는 액체로 남는다.

이렇게 천천히 얼면 얼음 결정도 커져서 입안에서 거칠고 서걱거리는 맛이 났다.

손잡이를 돌리면 교반날이 벽면에 생긴 얇은 얼음층을 계속 긁어냈다.

동시에 아직 얼지 않은 혼합물을 차가운 벽 쪽으로 밀어 보내 전체가 고르게 식도록 했다.

저어 주는 과정에서 작은 공기방울도 섞여 아이스크림의 질감이 한층 가벼워졌다.

결국 수동 아이스크림 기계는 차갑게 만드는 장치이면서, 얼음 결정을 작게 부수고 재료 속에 고르게 퍼뜨리는 혼합기이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장인이 진행했던 작업 순서

먼저 우유와 크림, 설탕, 달걀이나 향료 등을 섞어 아이스크림 원액을 준비했다.

뜨겁게 조리한 재료라면 충분히 식힌 다음 금속통에 담고 뚜껑을 단단히 닫았다.

나무통에 금속통을 고정한 뒤 주변에 잘게 깬 얼음과 굵은 소금을 번갈아 채웠다.

큰 얼음 사이에 빈틈이 많으면 금속통이 고르게 차가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얼음을 가능한 한 촘촘히 넣었다.

초반에는 내용물이 액체여서 손잡이가 비교적 가볍게 돌아갔다.

장인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 손잡이를 돌리면서 녹아내린 얼음과 소금물의 상태를 살폈다. 얼음이 내려앉으면 새 얼음을 보충하고, 냉각이 더디면 소금을 조금 더 넣었다.

혼합물이 굳기 시작하면 손잡이의 저항이 커졌다. 이때 무리하게 돌리면 축이나 톱니가 손상될 수 있어 속도를 조절했다.

충분히 얼었다고 판단되면 손잡이와 뚜껑을 분리하고 교반날에 붙은 아이스크림을 나무 주걱으로 긁어 모았다.

소리와 손의 저항으로 판단한 기술

수동 기계에는 온도 표시창도 자동 정지 기능도 없었다.

장인은 손잡이를 통해 전해지는 저항과 톱니바퀴 소리, 나무통에 생기는 서리, 아이스크림이 벽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완성 시점을 판단했다.

얼음이 너무 굵거나 소금이 부족하면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오래 돌려도 내용물이 묽었다.

반대로 금속 벽에 재료가 두껍게 얼어붙으면 손잡이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이때는 억지로 힘을 주기보다 내부 상태를 살피고 다시 천천히 돌려야 했다.

손잡이를 너무 느리게 돌리면 큰 얼음 결정이 생기기 쉬웠고, 불규칙하게 돌리면 질감이 고르지 않았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굳어지는 정도에 맞춰 힘을 바꾸는 것이 숙련자의 중요한 기술이었다.

차갑지만 고된 작업

얼음과 소금을 맨손으로 오래 만지면 피부가 상할 수 있었고, 녹은 소금물은 금속 부품을 부식시켰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나무통의 소금물을 빼내고 금속통과 축, 교반날을 깨끗이 씻어 말려야 했다.

굳어 갈수록 무거워지는 손잡이를 오랫동안 돌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많은 양을 만들 때는 가족이나 작업자가 번갈아 손잡이를 잡았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신이 나서 돌리다가 팔이 아프면 어른에게 자리를 넘기곤 했다.

전동 기계로 바뀌어도 남은 원리

전기 냉동고와 전동 아이스크림 기계가 보급되면서 얼음을 깨고 소금을 채우며 손잡이를 돌리던 작업은 크게 줄었다.

현대 기계는 냉매로 금속 원통을 차갑게 만들고 모터로 교반날을 일정하게 회전시킨다.

냉각 방식은 달라졌지만 기본 원리는 오래된 수동 기계와 비슷하다.

차가운 통의 벽에서 생긴 얼음층을 곧바로 긁어내고, 새로운 혼합물을 다시 벽에 닿게 하면서 작은 얼음 결정을 만드는 것이다.

손잡이 끝에서 완성되던 여름의 맛

오랫동안 손잡이를 돌리고 나면 작업자의 손바닥은 붉어지고 어깨에는 묵직한 피로가 남았다.

하지만 나무통의 뚜껑을 열어 부드럽게 굳은 아이스크림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곁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표정부터 먼저 밝아졌다.

얼음이 부딪치는 사각거림과 톱니바퀴의 느린 소리, 통 가장자리에 피어난 하얀 서리까지 모두 한 그릇의 차가운 맛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 시절의 아이스크림은 기계가 꺼내 준 간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손잡이를 돌린 끝에 비로소 맛볼 수 있었던 귀한 여름의 보상이었다.

수동 아이스크림 기계는 사라졌지만, 그 기계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유난히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까닭은 아마 맛만 좋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의 힘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이 손을 보태고, 먼저 먹고 싶어도 모두 함께 기다렸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숟가락의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천천히 녹는 동안, 온 식구가 번갈아 돌렸던 손잡이의 무게마저 달콤한 한여름날의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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