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를 꽂아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던 수동전화교환대와 전화교환원에게 필요했던 손기술

휴대전화 화면에서 이름을 누르면 곧바로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금과 달리, 예전 우리가 사용했던 전화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연결됐다. 전화기 수화기를 들거나 손잡이를 돌리면 전화국의 수동전화교환대에 작은 불이 들어왔고, 교환원은 헤드셋을 낀 채 “교환입니다. 몇 번을 연결해 드릴까요?”라고 물었었다.

상대방의 번호를 들은 교환원은 수많은 구멍 가운데 필요한 회선을 찾아 플러그를 꽂았고, 전선으로만 이어져 있던 두 사람은 교환원의 손이 움직인 뒤에야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동전화교환대는 과연 어떤 기계였을까?

수동전화교환대 앞면에는 가입자의 전화선과 연결된 작은 소켓이 줄지어 있었다. 소켓 위나 옆에는 호출 사실을 알려주는 표시창 또는 전구가 달려 있었고, 아래쪽에는 긴 코드와 플러그가 여러 쌍으로 놓여 있었다.

교환원은 송수화기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하고 전화 요청을 들었다. 교환대의 플러그 두 개는 하나의 코드로 연결돼 있었다. 한쪽 플러그는 전화를 건 사람의 회선에 꽂고, 다른 플러그는 전화를 받을 사람의 회선에 꽂았다.

1879년에 제작된 초기 수동전화교환대에도 가입자별 소켓과 호출 표시 장치가 있었다. 영국 과학박물관그룹은 이 교환대를 플러그와 코드로 최대 50명의 가입자를 연결하던 장치로 설명한다. 과학박물관그룹의 50회선 수동교환대

전화기를 들면 교환대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가입자가 수화기를 들거나 구형 전화기의 발전기 손잡이를 돌리면 전화선을 통해 교환대에 호출 신호가 전달됐다. 그러면 해당 가입자의 작은 표시판이 내려오거나 전구가 켜졌다.

교환원은 어느 회선에서 전화가 걸려 왔는지 확인한 뒤 대기 중인 코드의 첫 번째 플러그를 그 소켓에 꽂았다. 이어서 통화용 스위치를 누르면 교환원의 헤드셋과 가입자의 전화기가 연결됐다.

“어디를 연결해 드릴까요?” 라고 교환원이 안내하면

가입자가 상대방의 번호나 지역을 말하면 교환원은 교환대에서 해당 소켓을 찾았다. 작은 교환대에서는 번호의 위치를 바로 찾을 수 있었지만, 가입자가 많은 전화국에서는 수많은 소켓과 번호표를 빠르게 구분해야 했다.

두 개의 플러그가 하나의 통화로 연결되는 원리

상대방의 회선을 찾은 교환원은 같은 코드에 달린 두 번째 플러그를 그 소켓에 꽂았다. 이제 발신자의 전화선과 수신자의 전화선 사이에 하나의 전기회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플러그를 꽂는 것만으로 상대방 전화벨이 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교환원은 호출 스위치나 링잉 키를 작동해 수신자의 전화기로 벨 신호를 보냈다. 상대방이 수화기를 들면 두 전화기 사이로 음성 전류가 흐르면서 통화가 시작됐다.

전화기 안의 송화기는 사람의 목소리에 따라 전기신호를 변화시켰고, 그 신호는 전화선을 지나 상대방 수화기에서 다시 소리로 바뀌었다. 수동전화교환대는 음성을 직접 만들어내는 기계가 아니라, 두 전화선이 만날 길을 만들어주는 장치였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박물관에도 1900년 무렵 사용된 전화교환대 플러그가 보존돼 있다. 작은 플러그 하나가 수많은 통화 연결에 반복해서 사용된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전화교환대 플러그

통화가 끝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마치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회선의 전기 상태가 달라졌다. 교환대의 종료 표시등이 켜지거나 신호판이 움직여 통화가 끝났음을 교환원에게 알렸다.

교환원은 두 소켓에 꽂혀 있던 플러그를 뽑고 코드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의 회선은 다시 분리됐고, 같은 코드는 다음 통화를 연결하는 데 사용됐다.

종료 신호를 놓치면 사용하지 않는 코드가 계속 연결된 채 남아 다른 가입자의 통화를 늦출 수 있었다. 교환원은 새로 들어오는 호출 신호와 진행 중인 통화, 종료된 회선을 동시에 살펴야 했다.

전화교환원에게 필요했던 손기술은?

수동전화교환대의 일은 단순히 플러그를 꽂고 빼는 작업이 아니었다. 여러 개의 호출등이 한꺼번에 켜지면 먼저 들어온 전화부터 빠르게 응답해야 했다. 한 사람과 대화하면서도 다른 회선의 신호를 확인하고 손은 다음 플러그를 준비해야 했다.

코드가 서로 얽히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도 중요했다. 잘못된 소켓에 플러그를 꽂으면 엉뚱한 집으로 전화가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에 번호와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했다.

장거리 전화는 더욱 복잡했다.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중계회선이 비어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 전화국의 교환원에게 연결을 요청해야 했다. 회선이 부족하면 신청 순서대로 기다렸다가 자리가 생겼을 때 다시 가입자를 불러주기도 했다.

교환원에게는 또렷한 발음과 침착함, 그리고 빠른 손놀림이 필요했다. 여러 가입자의 호출 신호가 한꺼번에 들어와 표시등이 연달아 켜지거나 호출판이 떨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번호를 정확히 확인한 뒤 알맞은 회선에 플러그를 꽂아 연결해야 했다.

특히 화재나 사고, 위급한 환자처럼 급한 소식을 전하려는 목소리가 들리면 상황의 긴박함을 알아차리면서도 서두르다 엉뚱한 곳에 연결하지 않도록 더욱 침착해야 했다. 통화가 끝났는지 신호를 살피고 사용한 연결선을 제자리에 되돌리는 일까지 빠짐없이 처리해야 다음 통화를 지체 없이 이어 줄 수 있었다.

업무 중에는 다른 사람의 사정이나 통화 내용을 뜻하지 않게 듣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들은 내용을 밖으로 옮기지 않는 신중함과 비밀을 지키는 직업의식 역시 교환원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었다. 전화교환대는 회선을 이어 주는 기계였지만,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를 정확하게 연결한 것은 결국 교환원의 귀와 손, 그리고 책임감이었다.

자동교환기가 대신하게 된 연결 작업

전화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사람의 손으로 모든 통화를 연결하기는 어려워졌다. 번호를 돌리면 기계식 스위치가 자동으로 회선을 찾아주는 자동전화교환기가 설치됐고, 이후 전자식과 디지털 교환기로 발전했다.

자동교환기가 보급되자 가입자는 교환원에게 상대방 번호를 말하지 않고 직접 다이얼을 돌려 전화를 걸 수 있게 됐다. 연결 속도는 빨라졌고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통화 수도 크게 늘었다.

영국 과학박물관그룹에 보존된 엔필드 수동교환대 자료에도 교환원이 코드와 잭을 이용해 통화를 연결했으며, 자동교환 방식이 도입되면서 수동교환대가 운영을 마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엔필드 수동전화교환대 자료

목소리가 닿기까지 기다려야 했던 시간

예전에는 전화 한 통을 걸기 위해서도 기다림이 필요했다. 수화기를 들고 교환원의 응답을 기다린 뒤 상대방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알려 주어야 했고, 회선이 사용 중이면 통화가 끝날 때까지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특히 먼 지역으로 거는 장거리 전화는 연결을 신청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교환원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기를 한참 동안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기다림 끝에 전화벨이 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여보세요”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 짧은 한마디만으로도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멀리 떠난 가족의 안부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 제때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쉽게 꺼내지 못했던 미안하다는 말도 가느다란 전화선을 따라 먼 거리를 건너왔다.

통화가 시작되면 교환원은 연결 상태를 확인한 뒤 다음 호출 신호로 시선을 옮겼다. 잠시 후 통화 종료 신호가 들어오면 꽂혀 있던 플러그를 빼고 연결선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교환원에게는 수없이 반복되는 일과였지만, 그 손끝에서 이어진 전화 한 통은 누군가에게 하루 종일 기다린 소식이었고, 멀리 떨어진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만나는 귀한 순간이었다.

당시의 전화선은 지금처럼 언제든 원하는 사람에게 곧바로 닿지 못했다. 그 느리고 복잡한 연결 사이에는 수많은 회선을 살피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던 교환원의 눈과 귀, 바쁘게 움직이던 두 손이 있었다.

이제 사람의 손으로 전화를 이어주는 교환원은 사라졌지만 플러그가 소켓에 꽂히던 작은 소리 뒤에서 들려오던 반가운 목소리와, 서로에게 닿기 위해 기꺼이 기다렸던 그 기다림의 시간만큼은 오래 오래 우리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