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이 없던 시절, 사진관에서 얼굴을 보정했던 수작업 기술

요즘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뒤 화면을 몇 번 누르면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주름이나 잡티도 금세 사라진다. 하지만 컴퓨터와 포토샵이 없던 시절에도 사진 보정은 존재했다. 옛날 사진관에서는 연필과 가느다란 붓, 보정칼과 확대경을 이용해 얼굴의 주름과 잡티를 하나씩 손으로 수정했다.

사진사의 경험과 미세한 손놀림에 따라 인물의 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진 보정은 촬영이나 필름 현상만큼이나 중요한 전문 기술이었다.

사진 보정은 포토샵보다 먼저 시작됐다

사진을 수정하는 기술은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사용됐다. 초기 사진사들은 네거티브나 인화된 사진 위에 연필과 잉크로 선을 더하거나 일부를 지워 얼굴과 배경을 보완했다.

영국 국립과학미디어박물관에 보존된 1910년 무렵의 사진관 견본에도 주근깨가 있는 얼굴을 보정하기 전과 후의 모습이 남아 있다. 당시 사진관은 이러한 견본을 손님에게 보여주며 보정 실력을 알렸다. 국립과학미디어박물관 자료에서도 초기 인물사진에 전용 펜과 잉크를 사용해 네거티브를 수정했다고 설명한다.

빛을 비추는 전용 보정대

사진 보정사는 일반 책상이 아니라 빛을 아래에서 비추는 전용 보정대에서 작업했다. 기울어진 유리판 위에 네거티브를 올리고, 아래쪽 거울로 빛을 반사시켜 얼굴의 작은 부분까지 살폈다. 확대경을 사용하면 주름과 잡티는 물론 필름에 붙은 먼지와 미세한 흠집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보정대 주변에는 뾰족하게 깎은 연필과 가느다란 붓, 지우개, 보정용 물감, 작은 칼이 놓여 있었다. 스위스 카메라박물관의 네거티브 보정 자료에도 거울이 달린 보정대와 확대경, 보정칼, 연필, 붓 등이 주요 도구로 소개되어 있다.

연필로 얼굴의 주름을 지운 원리

흑백 네거티브는 우리가 보는 사진과 밝고 어두운 부분이 반대로 나타난다. 네거티브의 투명한 부분에는 빛이 많이 통과하고, 인화지에는 그 부분이 어둡게 표현된다. 반대로 네거티브의 짙은 부분은 빛이 적게 통과해 인화지에서 밝게 나온다.

보정사는 이 원리를 이용해 얼굴의 주름이나 짙은 잡티에 해당하는 네거티브 부분을 연필로 조금씩 덧칠했다. 연필의 흑연이 빛의 통과를 줄이면 인화된 사진에서는 해당 부분이 조금 밝아져 주름과 잡티가 부드럽게 보였다.

한 줄로 진하게 칠하면 얼룩이 생기기 때문에 아주 짧고 가느다란 선을 여러 방향으로 겹쳐 그렸다. 주변 피부의 농도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필의 힘도 계속 조절해야 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 보존된 사진 자료에서도 네거티브 위에 남은 흑연 연필의 보정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보정칼과 붓은 어떻게 사용했을까?

연필로 밝기를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은 날이 가는 보정칼로 네거티브의 감광막을 조금씩 긁어냈다. 감광막이 얇아지면 빛이 더 많이 통과해 최종 사진의 해당 부분이 어두워졌다. 너무 깊게 긁으면 필름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기 때문에 숙련된 보정사만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가느다란 붓과 보정용 물감도 사용됐다. 네거티브나 완성된 인화사진 위의 작은 흠집을 메우고, 필름의 먼지 때문에 생긴 하얀 점을 주변 색과 비슷하게 칠했다. 머리카락이 비어 보이는 부분에는 가느다란 선을 한 올씩 그려 넣기도 했다.

흑백사진에 입술이나 볼의 색을 더할 때는 물감을 아주 묽게 풀어 여러 번 겹쳐 칠했다. 색을 한 번에 진하게 올리면 얼굴이 부자연스러워지므로 종이에 스며드는 정도를 보면서 조금씩 농도를 높였다.

인화 과정에서도 얼굴을 보정했다

네거티브를 직접 손대지 않고 인화할 때 빛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었다. 얼굴이 너무 어둡게 나오면 인화지에 빛을 비추는 동안 손이나 작은 종이로 해당 부분을 잠시 가렸다. 반대로 머리카락이나 배경을 더 짙게 표현할 때는 다른 곳을 가리고 특정 부분에 빛을 추가로 비췄다.

사진사는 시험 인화를 반복하며 얼굴과 배경의 밝기를 맞췄다. 빛을 몇 초 더 비추거나 덜 비추는 작은 차이가 눈과 코의 윤곽, 피부의 느낌을 바꿨다. 지금의 포토샵에서 사용하는 닷지와 번이라는 이름도 이러한 암실의 노출 조절 기술에서 이어진 것이다.

얼굴을 바꾸기보다 좋은 표정을 남기던 손

옛날 사진 보정은 무조건 사람을 젊고 완벽하게 만드는 작업은 아니었다. 실력 있는 보정사는 그 사람의 인상이 사라지지 않는 범위에서 주름과 흠집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 지나치게 수정하면 본래 얼굴과 달라 보였기 때문에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눈이 중요했다.

나는 빛이 바랜 옛날 흑백사진을 볼 때면 사진 속 사람보다 먼저 그 사진을 완성한 이름 모를 보정사의 손을 떠올린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단정한 옷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을 것이다. 사진사는 “조금만 웃어보세요”라고 말하며 옷깃을 바로잡아주고, 보정사는 그날 얼굴에 드리워진 작은 그늘을 연필 끝으로 조심스럽게 다듬었을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은 액자에 담겨 안방 벽에 걸리고, 지갑 속에서 닳아가며 오랫동안 한 사람의 모습을 대신했다. 사진 모서리가 헤지고 색이 바래도 쉽게 버리지 못했던 것은 그 안에 얼굴만 담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필 자국 하나와 붓질 한 번에도 사진 속 사람을 조금 더 보기 좋게 남겨주고 싶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어쩌면 옛 사진이 지금의 매끈한 사진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은 세월의 흔적과 그것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사람의 손길이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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