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의 열기로 옷의 주름을 폈던 옛날 다리미의 작동 원리

빨래를 걷어 온 날이면 방 안에 넓은 무명천이 펼쳐졌다. 두 사람이 천의 양쪽 끝을 잡고 팽팽하게 당기면, 가운데에서는 붉은 숯이 담긴 다리미가 천천히 움직였다.

쇠그릇 안에서는 숯불이 작게 타닥거렸고, 뜨거워진 다리미 바닥이 지나간 자리마다 접혔던 주름이 차분하게 펴졌다. 다리미를 움직이는 사람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잠시라도 손이 느려지면 깨끗하게 빤 옷감에 누런 자국이 남거나 천이 타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도 조절 장치도 전기도 없던 시절, 다림질은 불씨와 옷감의 상태를 동시에 읽어야 하는 일이었다.

다듬이질만으로 펴지지 않는 주름

옛날에는 다듬잇돌 위에 빨랫감을 올리고 방망이로 두드려 천을 부드럽고 반듯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바느질을 마친 옷의 솔기와 깃, 소매처럼 섬세한 부분까지 다듬이질로 정리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사용한 도구가 다리미와 인두였다. 다리미는 넓은 옷감과 이불 홑청을 펴는 데 알맞았고, 가늘고 뾰족한 인두는 옷깃이나 소매 끝, 솔기처럼 좁은 곳을 눌러 모양을 잡는 데 사용됐다.

전통적인 숯다리미는 오늘날 다리미와 모양이 달랐다. 바닥이 평평한 대접이나 작은 프라이팬처럼 생긴 금속 몸체에 긴 나무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벌어진 그릇 안에 불붙은 숯을 직접 담고, 뜨거워진 밑면으로 옷감을 눌렀다.

이후에는 현대 다리미처럼 앞이 뾰족하고 뚜껑이 달린 개량형 숯다리미도 등장했다. 몸체 안에 숯불을 넣고 뚜껑을 닫았으며, 옆면의 공기구멍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앞쪽의 연통으로 연기와 가스를 내보냈다.

숯불의 열기가 주름을 펴는 원리

숯이 타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숯과 공기 중 산소가 만나 연소하면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은 다리미의 금속 몸체로 전달된다. 금속은 열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숯불과 맞닿은 윗부분의 열이 평평한 바닥까지 퍼진다.

뜨거워진 바닥을 옷감에 대면 열과 압력이 섬유의 굽은 상태를 느슨하게 만든다. 여기에 물을 조금 뿌리면 수분이 섬유 사이로 스며들어 실이 움직이기 쉬워진다. 이 상태에서 천을 팽팽하게 당기고 다리미로 누르면 섬유가 가지런히 놓인다. 옷감이 식고 수분이 마르면 펴진 모양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결국 옛날 다리미도 현대의 스팀다리미처럼 열과 수분, 압력을 이용했다. 다만 증기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거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장치가 없었을 뿐이다.

숯을 담는 일부터 시작한 다림질

다림질을 하기 전에는 먼저 화로에서 숯불을 피웠다. 불꽃이 거세게 타는 숯을 곧바로 담으면 재와 불티가 옷감으로 튈 수 있었기 때문에, 불꽃이 잦아들고 속까지 붉어진 숯을 골라 다리미에 넣었다.

숯을 너무 많이 담으면 다리미가 지나치게 무거워지고 바닥 온도도 빠르게 올라갔다. 반대로 숯이 적거나 재에 덮이면 열이 부족해 아무리 문질러도 주름이 잘 펴지지 않았다. 작업자는 숯의 붉은빛과 다리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살펴 숯의 양을 조절했다.

넓은 천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양쪽 끝을 단단히 잡았다. 한 사람은 천을 당기고 다른 사람은 다리미를 길게 밀었다가 다시 끌어오는 동작을 반복했다. 다리미는 한곳에 세워 두지 않고 계속 움직여야 했다.

무명이나 삼베처럼 비교적 질긴 천은 충분한 열과 힘을 주어 다렸지만, 얇은 모시나 비단은 낮은 열로 빠르게 지나가야 했다. 옷감의 종류와 두께에 따라 숯의 양과 손의 속도를 바꾸는 것이 다림질 솜씨였다.

온도계 대신 손끝으로 살핀 열기

숯불 다리미에는 온도 표시가 없었다. 작업자는 다리미 바닥 가까이에 손을 대 열기를 가늠하거나 자투리 천을 먼저 눌러보며 온도를 확인했다.

다리미가 너무 뜨거우면 숯을 일부 덜어내고 잠시 식혔다. 열이 약해지면 재를 걷어내거나 숯에 바람을 넣어 불씨를 되살렸다. 다리미 바닥에 그을음이나 재가 묻었을 때는 옷감에 대기 전에 깨끗이 닦아야 했다.

숯불을 방 안에서 다루는 일은 위험하기도 했다. 불티가 천에 떨어지면 구멍이 생기거나 불이 날 수 있었고, 뜨거운 쇠를 잘못 잡으면 손을 데었다. 환기가 부족한 공간에서는 숯이 타면서 생기는 연기와 가스도 문제가 됐다.

불씨를 살피던 다리미가 사라진 이유

전기가 보급되면서 숯불 다리미는 전기다리미로 빠르게 바뀌었다. 전기다리미는 열선이 바닥을 데우고 온도 조절 장치가 전류를 끊었다 연결하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다. 오늘날의 스팀다리미는 물을 가열해 증기까지 만들어 주기 때문에 옷감에 따로 물을 뿌릴 필요도 줄었다.

숯을 피우고 재를 털어내며 열기를 가늠하던 준비 과정도 사라졌다. 다림질하는 사람은 이제 두 사람이 천을 잡지 않아도 다리미판 위에서 혼자 주름을 펼 수 있게 됐다.

옛날의 다림질은 단순히 뜨거운 쇠를 천에 문지르는 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은 천을 당기고, 다른 사람은 숯의 붉은빛을 살피며 손목의 속도를 조절했다.

다리미가 지나갈 때마다 들리던 낮은 쇳소리와 숯불의 작은 타닥거림은 사라졌지만, 반듯하게 접힌 옷 한 벌에는 불티 하나까지 조심하며 천을 다루었던 누군가의 긴 시간이 담겨 있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