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전화기는 돌아간 숫자를 어떻게 전화국에 전달했을까?

손가락을 둥근 구멍에 넣고 끝까지 돌렸다가 놓으면 다이얼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겉으로 보면 숫자판이 회전하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전화기 안에서는 태엽과 톱니바퀴, 금속 접점이 움직이며 전화국에 숫자를 알리고 있었다.

다이얼전화기는 숫자의 모양을 전송한 것이 아니다. 전화선에 흐르는 전류를 일정한 횟수만큼 끊어 번호를 전달했다. 이것을 ‘펄스 다이얼링’이라고 한다.

수화기를 들면 전화국과 회로가 연결됐다

다이얼전화기로 전화를 걸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수화기를 드는 일이었다. 수화기가 본체에서 떨어지면 내부의 후크 스위치가 작동해 전화기와 전화국 사이에 전기가 흐를 수 있는 회로가 만들어졌다.

전화국은 사용 가능한 회선인지 확인한 뒤 ‘뚜—’ 하는 발신음을 보냈다. 이 소리가 들려야 비로소 전화번호를 돌릴 수 있었다. 발신음이 들리지 않으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거나, 잠시 기다려야 했다.

마카오 통신박물관의 펄스 전화기 자료에서도 수화기를 들면 후크 스위치가 닫히면서 전화기와 교환국 사이에 직류 회로가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다이얼을 돌릴 때가 아니라 돌아올 때 숫자가 전송됐다

전화를 걸 사람은 원하는 숫자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오른쪽의 금속 멈춤쇠까지 다이얼을 돌렸다. 이때 내부의 복귀 용수철이 감기면서 힘을 저장했다.

손가락을 빼면 용수철의 힘으로 다이얼이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바로 이때 다이얼 뒤쪽의 회전축과 톱니바퀴가 금속 접점을 반복해서 열고 닫았다. 접점이 열릴 때마다 전화선의 전류가 아주 짧게 끊겼고, 전화국은 그 끊어진 횟수를 세어 숫자를 알아냈다.

일반적인 방식에서는 숫자 1을 돌리면 전류가 한 번, 2는 두 번, 5는 다섯 번 끊겼다. 숫자 9는 아홉 번이며 0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와 구별하기 위해 열 번의 펄스를 보냈다.

그래서 1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9와 0은 돌아오는 시간이 길었다. 전화번호에 0이 여러 개 들어 있으면 전화를 거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다이얼에는 속도를 일정하게 만드는 조속기가 있었다

사람마다 다이얼을 돌리는 속도와 힘은 달랐다. 손놀림에 따라 펄스 간격이 바뀐다면 전화국이 다른 숫자로 잘못 인식할 수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다이얼 내부에는 회전 속도를 일정하게 조절하는 조속기가 들어 있었다. 사용자는 다이얼을 멈춤쇠까지 돌리기만 하면 됐고, 놓은 뒤에는 용수철과 조속기가 정해진 속도로 숫자 신호를 만들었다.

다이얼이 돌아오는 도중에 손가락으로 밀거나 억지로 멈추면 펄스 간격이 흐트러질 수 있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돌리고 나서는 손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던 데에는 기계적인 이유가 있었다.

전화국의 자동교환기는 펄스를 어떻게 읽었을까?

다이얼전화기에서 만들어진 펄스는 구리선을 따라 전화국의 자동교환기로 전달됐다. 초기의 기계식 자동교환기에는 수많은 전자석과 계전기, 회전 접점이 층층이 설치돼 있었다.

전류가 한 번 끊어질 때마다 교환기 안의 선택기가 한 단계씩 움직였다. 첫 번째 숫자는 많은 가입자 회선 가운데 큰 묶음을 선택하고, 다음 숫자들은 범위를 차례로 좁혀 갔다. 마지막 숫자까지 전달되면 교환기는 상대방의 전화선까지 하나의 통화 경로를 완성했다.

상대방이 통화 중이 아니면 전화국은 벨을 울리는 교류 신호를 보냈다. 전화기 안의 전자석이 좌우의 금속 종을 번갈아 치면서 특유의 ‘따르릉’ 소리가 났다. 상대방이 수화기를 드는 순간 두 전화기의 회로가 이어지고 목소리가 오갈 수 있었다.

다이얼을 정확히 돌리는 것도 생활 속 손기술이었다

다이얼전화기에는 번호를 잘못 눌렀을 때 지우는 기능이 없었다. 숫자 하나라도 틀리면 수화기를 내려 회선을 끊은 뒤 처음부터 다시 걸어야 했다.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한 숫자씩 끝까지 돌리고, 다이얼이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온 다음 다음 숫자로 넘어갔다. 자주 거는 번호는 종이를 보지 않고도 손가락이 먼저 움직일 정도로 익숙해졌다.

전화기 수리 기술자에게는 접점 청소와 용수철의 장력 조절, 톱니바퀴 윤활, 조속기 점검이 중요한 작업이었다. 접점이 닳거나 다이얼의 복귀 속도가 달라지면 전화국에서 숫자를 잘못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리사는 귀로 다이얼 소리를 듣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지 가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다이얼전화기와 자동교환기

우리나라의 초기 전화는 교환원이 선을 직접 연결하는 수동식이었다. 전화 가입자가 수화기를 들면 교환원이 상대방의 번호를 묻고, 교환대의 플러그를 꽂아 두 회선을 이어 주었다.

1935년 나진우편국과 경성중앙전화국에 자동교환기가 설치되면서 교환원을 통하지 않고 가입자가 직접 번호를 돌리는 자동전화 시대가 시작됐다. 당시 사용된 스트로저식 교환기는 다이얼에서 들어온 펄스에 따라 선택기가 단계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식 장치였다. 우리나라 전화교환기의 변화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화교환기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버튼식 전화기가 보급되면서 숫자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주파수의 소리를 보내는 방식이 사용됐다.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번호가 전달됐기 때문에 다이얼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무선전화기와 휴대전화까지 등장하면서 다이얼전화기는 생활공간에서 점차 자취를 감췄다.

다이얼이 돌아오는 동안 기다렸던 목소리

집 안 한가운데 놓인 전화기는 한 사람의 물건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쓰는 물건이었다. 초저녁에 전화벨이 울리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고, 찾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멀리 사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 때는 전화번호 수첩을 옆에 펼쳐 놓고 숫자를 하나씩 확인했다. 마지막 숫자를 돌린 뒤에는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상대방이 받기를 기다렸다. 다이얼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몇 초 동안에는 무슨 말을 먼저 건넬지 마음속으로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이름 하나만 누르면 곧바로 연결되지만, 그때는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손가락으로 한 자리씩 돌려야 목소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느린 원 안에는 전화를 걸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고, 연결된 목소리에 오래 귀 기울이던 시대의 속도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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